오컴의 면도날과 창발성 ― 환원주의와 전체론이 만나는 지점

오컴의 면도날

과학은 언제나 단순함을 추구해왔다. 복잡한 현상을 가능한 한 적은 원리로 설명하려는 시도는,14세기 철학자 윌리엄 오컴(William of Ockham)이 제시한 “오컴의 면도날”에서 비롯된다. 그는 “불필요한 가정을 세우지 말라”고 말했다. 이 사고방식은 이후 과학 전반에 깊게 뿌리내리며, 뉴턴의 역학, 다윈의 진화론, 그리고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이르기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세계는 언제나 단순하지 않다. 전체론과 창발성은 오컴의 단순함이 놓친 복잡한 … 더 읽기

환원주의 vs 전체론: 부분을 볼 것인가, 전체를 볼 것인가?

환원주의와 전체론

과학은 언제나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단순화의 도구를 사용해왔다. 그 대표적인 접근이 바로 환원주의(reductionism)다. 반면, 최근에는 전체론(holism)이라는 상반된 관점이 중요성을 얻고 있다. 환원주의는 세상을 쪼개 분석하고, 전체론은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이 두 시각은 마치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과학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보완하며 발전해왔다. 이번 글에서는 환원주의와 전체론의 철학적 뿌리, 각자의 … 더 읽기

창발성의 비밀: 전체는 어떻게 새로운 성질을 만들어낼까?

창발성으로 보는 세계

앞선 두 글에서 우리는 환원주의가 세상을 쪼개 이해하려는 사고방식이라면, 전체론은 관계 속에서 새로운 성질을 보려는 관점이라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전체론이 말하는 “부분의 합 이상”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날까? 그 구체적 현상이 바로 창발성(emergence)이다. 창발성은 개별 요소에는 없던 성질이 전체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현상으로, 생명, 의식, 생태계, 사회 시스템 등 다양한 곳에서 발견된다. 이번 글에서는 창발성이 무엇이며, 왜 … 더 읽기

전체론이란 무엇인가: 환원주의와 『이기적 유전자』 그 이후

전체론이란

이전 글에서 우리는 환원주의와 『이기적 유전자』를 중심으로, 복잡한 현상을 단순한 단위로 설명하려는 사고방식을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그와 대조되는 전체론(holism)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전체론은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다”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생태계, 뇌과학, 복잡계 과학 등은 환원주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례를 제시하며 전체론적 접근을 요구한다. 그렇다고 환원주의와 전체론이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두 관점은 과학을 … 더 읽기

환원주의란 무엇인가: 『이기적 유전자』로 본 과학의 사고방식

환원주의와 이기적 유전자

과학의 역사는 복잡한 현상을 단순하게 이해하려는 시도로 가득하다. 이러한 접근을 대표하는 사고방식이 바로 환원주의(reductionism)다. 환원주의는 모든 현상을 더 작은 구성 요소로 환원하여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관점은 뉴턴의 물리학, 화학의 원자론, 생물학의 분자생물학 등 과학 발전의 핵심 동력이었다. 특히 생물학에서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환원주의를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도킨스는 진화를 개체나 집단이 아닌 … 더 읽기

맬서스 인구론이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에 남긴 흔적

맬서스의 인구론과 다윈의 자연선택

맬서스 인구론은 18세기 말 영국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만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기근과 빈곤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경고가 뒤따랐다. 산업혁명으로 번영하던 영국에서 이 이론은 불편한 진실로 받아들여졌으나, 동시에 자원의 한계라는 근본 문제를 제기했다. 수십 년 뒤, 젊은 찰스 다윈은 이 책을 읽고 생존 경쟁이라는 개념에 깊은 … 더 읽기

추위와 더위가 빚은 동물의 몸: 베르그만과 앨런의 법칙, 그리고 진화 이야기

베르그만과 앤런의 법칙

동물의 체형은 단순히 진화의 산물이 아니다. 수만 년, 수십만 년 동안 축적된 환경의 압력이 몸의 크기와 형태를 빚어왔다. 그중에서도 기후와 관련된 체형 변화는 대표적인 생태학적 주제로, 이를 설명하는 두 가지 고전적 법칙이 바로 베르그만의 법칙과 앨런의 법칙이다. 추운 지역의 동물일수록 덩치가 크고 귀·꼬리 같은 돌출 부위가 짧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반대로 더운 지역에서는 체구가 작아지고 팔다리나 … 더 읽기

부모 혈액형으로 아이 혈액형 예측하기: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으로 보는 유전 확률

하디–바인베르크 평형

하디–바인베르크 평형(Hardy–Weinberg equilibrium)은 세대를 거듭해도 집단 내 유전자 분포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집단유전학의 핵심 원리다. 이 개념은 단순히 학문적 모델에 그치지 않고, 부모의 혈액형으로 자녀의 혈액형을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과도 직접 연결된다. 혈액형은 대립유전자(A, B, O)의 조합으로 결정되며, 이러한 조합은 수학적으로 확률 계산이 가능하다. 실제로 교과서에서는 퍼넷 사각형을 활용해 이를 설명한다. 그러나 이 계산은 개별 가정을 … 더 읽기

유럽 왕가를 병들게 한 근친혼의 역사: 합스부르크 턱에서 혈우병까지

근친혼과 유전병

역사 속 유럽 왕가들은 권력과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혼을 자주 선택하였다. 겉으로는 왕조의 정통성을 지키는 전략이었으나, 그 결과는 예기치 못한 질병과 쇠퇴로 이어졌다. 근친혼은 가까운 혈연끼리 이루어지는 혼인으로, 열성 유전자가 동시에 발현될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실제로 합스부르크 가문에서 나타난 ‘합스부르크 턱’이나, 빅토리아 여왕 후손들에게 퍼진 ‘혈우병’은 잘 알려진 사례다. 나아가 이집트 파라오와 여러 귀족 가문에서도 … 더 읽기

다윈의 자연선택과 멘델 유전학,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 사회적 행동을 설명하는 진화의 언어

이기적 유전자

이기적 유전자라는 개념이 나오기 이전,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은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며 변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다윈의 시대에는 한 가지 퍼즐이 남아 있었다. 형질이 어떻게 자손에게 전해지는가 하는 문제였다. 그 답은 그레고어 멘델의 유전학에서 나왔다. 멘델의 법칙은 형질이 유전자라는 단위로 보존되며 전달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두 이론이 결합하면서 진화 연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후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