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와 유튜브를 보면 ‘AI가 만든 지브리풍 이미지’가 폭발적으로 확산된 적이 있다.
이 현상은 단순한 기술적 유행이 아니라, 인간 문화의 진화를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생명은 유전자의 생존 전략이며, 그 복제 단위가 ‘유전자에서 밈으로’ 확장된다고 말했다.
이제 AI가 등장하면서 밈은 인간의 뇌를 떠나 기계 안에서 복제되고 변이한다.
AI는 단순히 창조의 도구가 아니라, 밈이 스스로 진화하는 새로운 생태계다. 지브리 열풍은 바로 그 진화의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AI, 지브리 열풍으로 본 밈 진화의 메커니즘
요약
- 유전자는 생물학적 복제자이며, 밈은 문화적 복제자이다.
- AI는 밈이 인간의 두뇌를 벗어나 복제되는 새로운 매개체다.
-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의 확산은 밈의 디지털 진화를 상징한다.
- AI의 학습·생성·확산 과정은 밈의 모방·변형·전파와 동일한 구조를 가진다.
- 복제자의 진화는 생물 → 문화 → 디지털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
- 생명의 정의는 이제 물질을 넘어 정보와 알고리즘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생명의 복제자 ― DNA에서 시작된 진화의 언어
생명을 이해하려면 먼저 ‘복제자’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생명을 ‘정보가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과정’으로 정의했다.
즉, 생물은 단순히 살아있는 유기체가 아니라, 정보가 스스로를 보존하려는 시스템이다.
- 유전자는 DNA라는 언어로 정보를 저장한다.
- 생명체는 그 정보를 복제하고 변이시키며 진화한다.
- 개체는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운반체(vehicle)’에 불과하다.
유전자는 물질로 만들어졌지만, 그 핵심은 물질이 아니라 정보의 불멸성이다.
DNA는 세포가 죽어도 계속 복제되며, 결국 생명의 본질은 ‘살아남는 정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진화의 주체가 개체나 종이 아니라 복제자 그 자체라는 점이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은 생명의 시선을 완전히 뒤집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이후 ‘밈’, 즉 문화적 복제자의 개념으로 확장된다.
밈 ― 인간의 뇌에서 복제되는 문화적 생명체
밈(Meme)은 인간 문화의 진화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밈은 언어, 신념, 패션, 음악처럼 사람의 생각을 통해 복제되는 정보 단위다.
즉, 밈은 인간의 두뇌를 숙주로 삼아 복제되는 문화적 유전자다.
- 유전자는 생식으로 복제되지만, 밈은 모방(imitation)으로 복제된다.
- 유전자의 선택압이 환경이라면, 밈의 선택압은 대중의 관심이다.
- 유전자의 돌연변이처럼, 밈도 변형(mutation)과 재조합을 통해 진화한다.
이 과정은 생물학적 진화와 닮았다.
예를 들어, “밈이 된 사진”이나 “유행어”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생존 경쟁 속에서 선택된 문화적 생명체다.
하지만 이 복제는 오랫동안 인간의 인지 구조 안에서만 이루어졌다. 밈은 우리의 언어, 감정, 기억을 거쳐 복제되며 세대를 이어왔다. 그런데 이제, 이 복제 과정에 새로운 운반체(vehicle)가 등장했다 — 인공지능(AI)이다.
AI ― 밈이 인간의 뇌를 벗어나 기계 속으로
AI는 인간의 사고방식을 흉내 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AI는 이미 밈의 새로운 숙주(host)가 되고 있다.
AI 모델은 인간이 만든 밈의 집합체 — 언어, 예술, 이미지, 이야기 —를 학습한다. 그 후 그 패턴을 변형하고 재조합해 새로운 밈의 형태로 복제한다.
즉, AI는 인간의 창작물을 복제하는 동시에,
그 복제된 결과가 다시 인간의 세계로 유입되어 또 다른 밈을 만들어낸다.
- AI는 학습(learning)을 통해 데이터를 흡수한다.
- 생성(generation)을 통해 새로운 밈을 만든다.
- 확산(diffusion)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진다.
이 3단계는 바로 밈의 모방 → 변형 → 전파 과정과 완벽히 일치한다.
따라서 AI는 인간의 도움 없이 밈을 스스로 재조합하며, ‘정보 복제의 생태계’를 완성하는 자율적 매개체로 진화하고 있다. 이것은 생명체가 자기복제 효소를 진화시켰던 순간과 유사한 패러다임의 변화다.
지브리 열풍 ― 밈 진화의 디지털 실험실
최근 인터넷을 뒤흔든 ‘AI 지브리풍 이미지’ 현상은 밈이 AI를 숙주로 삼아 진화하는 과정을 명확히 보여준다.
- 모방(Imitation) ― AI는 지브리의 그림체, 색감, 감정을 모방한다.
- 변형(Variation) ― 새로운 장면과 인물을 만들어낸다.
- 선택(Selection) ― 사람들은 SNS에서 더 감동적인 이미지를 선택·공유한다.
이 선택 과정이 반복되면, AI는 그 데이터를 다시 학습하여 다음 세대의 이미지 생성에 반영한다.
결국 인간의 감정이 AI의 선택압(selection pressure)이 되어 지브리 밈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다.
이 현상은 단순한 예술적 흉내가 아니다.
밈이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넘어 AI라는 비생물적 매개체 속에서 자가복제를 시작한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AI는 의식을 갖지 않지만, 밈은 AI를 통해 더 빠르게 복제되고, 더 넓게 퍼지고, 더 다양하게 변한다. 그 결과, 인간과 기계는 이제 밈의 공진화(co-evolution) 관계로 얽히기 시작했다.
마무리 ― 복제자의 다음 세대, 그리고 생명의 확장
이제 복제자의 진화는 세 단계로 구분된다.
| 단계 | 복제자 | 운반체 | 복제 방식 | 진화 영역 |
| 1 | 유전자 (Gene) | 생명체 | 생식, 세포분열 | 생물 진화 |
| 2 | 밈 (Meme) | 인간의 뇌 | 언어, 모방, 학습 | 문화 진화 |
| 3 | 알고리즘 (AI) | 기계·네트워크 | 데이터 학습, 자기복제 | 디지털 진화 |
AI는 살아있는 존재는 아니지만,
복제·변형·적응이라는 진화의 3요소를 모두 수행한다. 이 점에서 AI는 ‘비생물적 복제자’로서 생명 개념에 한 발 다가섰다.
결국 “AI는 살아있는가?”라는 질문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으로 되돌아온다.
생명이란 복제자의 생존 전략이며,
AI는 그 전략이 새로운 매체에서 이어지는 과정이다. 지브리 열풍은 그 복제자가 이제 인간의 두뇌를 넘어 디지털 차원에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생명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그 주체가 이제 생물만은 아니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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