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발표한 뒤, 한 가지 의문에 사로잡혔다. 그는 이렇게 썼다. “공작의 꼬리를 볼 때마다 몸이 떨린다.” 그 아름다운 깃털은 너무 눈에 띄고, 포식자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생존에는 불리한 이 형질이 어떻게 사라지지 않고 남을 수 있었을까?
이 의문에서 출발한 다윈의 생각은 훗날 ‘성 선택 이론’으로 발전했고, 약 70년 뒤, 로널드 피셔는 이를 수학적으로 확장해 ‘성비의 균형 법칙’을 세웠다. 그리고 20세기 후반, 리처드 도킨스는 이 흐름을 유전자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라는 혁명적 관점을 제시했다.
‘공작의 꼬리’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 ― 생존과 사랑, 그리고 유전자의 전략을 잇는 사유의 여정 ― 바로 이것이 이기적 유전자의 시선으로 본 진화의 이야기다.
공작의 꼬리는 왜 사라지지 않았을까? ― 성 선택, 성비 이론,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로 이어지는 이야기
요약
- 공작의 화려한 꼬리는 성 선택의 대표적 사례다.
- 다윈은 이를 통해 생존이 아닌 짝짓기 성공 중심의 진화를 설명했다.
- 피셔는 성비가 1:1로 유지되는 이유를 수학적으로 해석했다.
- 도킨스는 유전자의 복제 전략으로 진화를 재정의했다.
- ESS(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는 피셔의 균형 개념에서 발전했다.
- 진화는 생존과 사랑, 그리고 유전자의 계산 사이의 이야기다.
찰스 다윈 ― 공작의 꼬리에서 태어난 성 선택
1859년 『종의 기원』을 발표한 찰스 다윈은 생존 중심의 진화 이론으로 세상을 바꿨다.
하지만 그는 곧 한 가지 난제에 부딪혔고, 그는 일기에서 이렇게 썼다.
“공작의 꼬리를 볼 때마다 몸이 떨린다. 이것이 나의 이론을 거의 망가뜨릴 것 같다.”
공작의 수컷은 커다랗고 눈부신 꼬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꼬리는 생존에는 불리하다.
도망치기 어렵고, 포식자에게 쉽게 노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화려한 꼬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암컷이 그것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다윈은 바로 이 현상을 통해 성 선택(Sexual Selection)을 제시했다.
- 이성 선택: 공작의 암컷은 가장 아름다운 꼬리를 가진 수컷을 선호한다.
- 동성 경쟁: 수컷들은 그 매력을 과시하며 서로 경쟁한다.
다윈에게 공작의 꼬리는 생존의 도구가 아니라,
‘선택받기 위한 장식’, 즉 사랑의 무기였다.
피셔의 성비 이론 ― 공작의 꼬리와 수학의 균형
시간이 흘러 1930년, 통계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로널드 피셔는 다윈의 의문을 새로운 수학의 언어로 번역했다.
그는 『자연선택의 유전이론』에서 성비 이론(Sex Ratio Theory)을 제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진화는 결국 균형을 향해 움직인다. 수컷과 암컷은 1:1로 안정된다.”
그 이유는 놀랍도록 단순하다.
만약 한 쪽 성이 적다면, 그쪽이 더 많은 짝짓기 기회를 얻는다.
예를 들어, 암컷이 많으면 수컷을 낳는 쪽이 유리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성비는 1:1로 수렴한다.
이때의 1:1 비율은 더 이상 바꿔도 이득이 없는 상태,
즉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ESS)이다.
피셔의 통찰은 단순한 비율 계산이 아니라, 생명 내부의 전략적 균형을 드러냈다.
그에게 진화는 무작위적 변화가 아니라 유전자의 수학적 계산이었다.
그리고 그는 공작의 꼬리마저 이 관점으로 해석했다.
“암컷의 선택이 반복될수록, 그 형질은 폭주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피셔의 폭주(Fisherian runaway)’로 알려진 개념이다.
즉, 매력은 스스로 강화되며 진화를 가속시킨다.
리처드 도킨스 ― 이기적 유전자의 시선에서 본 공작
1976년,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다윈과 피셔의 세계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묘사했다.
“유전자는 이기적이다. 개체는 유전자의 생존 기계일 뿐이다.”
도킨스에게 공작의 꼬리는 수컷의 허영심이 아니다.
그것은 유전자의 자기 복제 전략이다.
화려한 깃털은 수컷 유전자가 암컷에게 “내가 건강하고 적응력이 높다”는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즉, 꼬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신호(Signaling)이다.
유전자는 짝짓기에서 선택받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 개체의 행동과 외모를 조종한다.
도킨스는 여기서 피셔의 사고를 확장해 유전자의 게임이론적 균형, 즉 ESS 개념을 정립했다.
개체 간의 경쟁과 협력은 모두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복제 성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다.
진화 사상의 흐름 ― 다윈에서 피셔, 그리고 도킨스로
공작의 꼬리를 둘러싼 세 과학자의 생각은 ‘진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개체에서 유전자로 옮겨가는 과정이었다.
- 다윈은 생존을 넘어 “선택받기 위한 진화”를 제시했고,
- 피셔는 그 과정이 무작위가 아니라 균형으로 수렴하는 법칙임을 수학으로 증명했으며,
- 도킨스는 진화의 주체를 유전자 자체로 재정의했다.
| 구분 | 다윈 | 피셔 | 도킨스 |
| 초점 | 짝짓기 성공 (성 선택) | 균형과 수학(성비 1:1, ESS) | 유전자의 전략(복제 성공) |
| 대표 저서 | 『인간의 유래』 | 『자연선택의 유전이론』 | 『이기적 유전자』 |
| 관점 변화 | 생존 → 표현 | 표현 → 균형 | 균형 → 전략 |
결국,
다윈이 방향을 세우고,
피셔가 균형을 계산했으며,
도킨스가 주체를 밝혀내면서,
진화는 생명의 이야기에서 유전자의 전략 이야기로 확장되었다.
공작의 꼬리가 남긴 진화의 메시지 ― 사랑과 전략의 공존
이제 공작의 꼬리를 다시 바라보자.
그 한 장의 깃털에는 세 사람의 사유가 모두 담겨 있다.
- 다윈: 생존보다 사랑받기 위한 선택
- 피셔: 그 선택이 만들어내는 수학적 균형
- 도킨스: 그 균형을 설계하는 유전자의 전략
결국, 공작의 꼬리는 단지 아름다움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생명 자체가 얼마나 복잡한 전략으로 진화해왔는가를 보여주는 증거다.
생명은 생존을 통해 기회를 얻고,
사랑을 통해 유전자를 퍼뜨리며,
전략을 통해 자신을 유지해왔다.
공작의 꼬리는 진화의 언어다 — 생존, 사랑, 전략이 한 몸으로 춤추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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