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와 중심 교리의 진화 철학 ― DNA는 왜 자신을 복제할까?”

우리는 흔히 생명을 ‘살아있는 존재’로 정의하지만, 분자생물학의 시각에서 보면 생명은 정보를 복제하는 시스템에 가깝다. 모든 생명체는 DNA라는 언어로 쓰인 설계도를 가지고 있고, 이 설계도는 세포 속에서 스스로를 복제하며 생명을 이어간다.

이 과정의 원리를 설명한 것이 바로 유전자의 중심 교리(Central Dogma)이다. 여기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제시한 통찰을 더하면, DNA는 단순한 분자가 아니라 스스로를 복제하려는 전략적 존재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 글은 중심 교리의 과학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진화의 철학을 함께 풀어본다.


유전자는 왜 이기적인가?

중심 교리로 본 생명의 복제 전략

요약

  1. 유전자의 중심 교리는 “DNA → RNA → 단백질”로 이어지는 생명 정보의 흐름이다.
  2. 이 과정은 생명이 자신을 복제하고 유지하는 기본 원리를 설명한다.
  3.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유전자를 생명의 주체로 바라보는 철학이다.
  4. 개체는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일시적 운반체일 뿐이다.
  5. 중심 교리는 진화의 메커니즘을, 이기적 유전자는 그 목적을 보여준다.
  6. 두 관점은 “생명이란 자기 복제의 전략”이라는 한 문장으로 이어진다.

생명은 정보다 ― 중심 교리의 출발점

모든 생명은 정보를 저장하고 복제하는 시스템으로 시작된다.
그 정보의 형태가 바로 DNA이다.
DNA는 단순한 화학물질이 아니라, 생명체의 설계도이자 언어다.

  • DNA는 A, T, G, C라는 네 글자로 구성된 문장처럼 생명 정보를 기록한다.
  • 이 정보는 전사(Transcription) 과정을 거쳐 RNA로 복사된다.
  • 그리고 번역(Translation)이라는 과정을 통해 단백질로 변환된다.

이것이 바로 유전자의 중심 교리다.
즉, 생명은 “DNA → RNA → 단백질”이라는 방향으로 정보를 흘려보내며 자신의 형태를 만들고 유지한다.


생명은 왜 자신을 복제하려 하는가?

이제 질문이 생긴다.
“왜 DNA는 굳이 자신을 복제하려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한 사람이 바로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이다.
그는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이렇게 말한다.

“유전자는 스스로를 복제하기 위해 생명체를 이용한다.”

즉, 생명의 목적은 개체의 생존이 아니라,
유전자의 생존과 복제
라는 것이다.

  • 인간, 새, 물고기, 세균 모두 결국 DNA의 운반체다.
  • 우리는 DNA가 세상에 남기기 위해 만들어낸 일시적인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다.

도킨스는 이를 “유전자 중심 진화론”이라 불렀다.

다윈의 자연선택이 개체의 생존 경쟁이라면,
도킨스의 시각은 유전자의 복제 경쟁이다.


중심 교리와 이기적 유전자의 만남

이 두 개념은 마치 톱니처럼 맞물린다.

  • 중심 교리는 “정보가 어떻게 복제되는가”를 설명한다.
  • 이기적 유전자는 “왜 그 정보가 복제되려 하는가”를 묻는다.

즉, 중심 교리는 생명의 메커니즘,
이기적 유전자는 생명의 의도를 말한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관점중심 교리이기적 유전자
초점정보의 흐름정보의 목적
주체DNA 분자유전자 단위
설명 방식생화학적 과정진화적 전략
질문“어떻게 복제되는가?”“왜 복제되는가?”

이 두 관점을 함께 보면,
생명은 단순히 살아 있는 물질이 아니라 자기 복제를 위한 시스템으로 이해된다.
그 복제 과정이 바로 중심 교리가 설명하는 “DNA → RNA → 단백질”의 흐름이다.


철학으로 확장된 생명의 개념

도킨스 이후 생물학은 더 이상 단순히 생명체의 구조를 설명하는 학문이 아니다.
그는 생명 현상을 정보의 복제 경쟁으로 재정의했다.

예를 들어,

  • 부모가 자식을 낳는 이유는 유전자가 복제되기 위해서이고,
  • 식물이 햇빛을 받는 이유는 자신의 생명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 모든 과정은 유전자의 생존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철학적으로 보면,
유전자는 마치 의식이 없는 “생명의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이 환경 속에서 더 잘 작동하도록 진화하고,
그 결과 생명은 다양해진다.


중심 교리가 바꾼 현대 생명과학

이 단순한 원리는 지금의 생명공학에도 깊이 스며 있다.

  • mRNA 백신은 중심 교리를 응용하여, RNA가 단백질을 만드는 원리를 이용한 기술이다.
  • 유전자 치료는 DNA 단계에서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는 시도다.
  • 역전사효소는 RNA를 다시 DNA로 바꾸는 예외적인 경로로, 바이러스 복제를 이해하는 핵심이다.

즉, 중심 교리는 실험실에서 실제로 생명의 코드를 조작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과학은 이제 단순히 생명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생명의 언어를 편집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생명은 결국 ‘복제자(replicator)’의 이야기

모든 생명은 복제자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DNA가 RNA로, RNA가 단백질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유전자는 자신의 사본을 남기는 데 성공한 분자다.

그렇다면 생명의 본질은 “생존”이 아니라 “복제”다.
우리가 살아 숨 쉬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모두 유전자가 자신을 다음 세대에 남기기 위한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생명은 스스로를 복제하려는 분자의 춤이다.”

이 한 문장이 중심 교리와 이기적 유전자의 핵심을 모두 담고 있다.


마무리

과학이 생명을 해석하는 방식은 시대마다 달라졌다.
한때 생명은 신비이자 영혼이었지만,
이제는 정보의 흐름과 복제의 전략으로 이해된다.

‘유전자의 중심 교리’는 생명의 설계도를,
‘이기적 유전자’는 그 설계도의 의도를 보여준다.

결국 생명은 스스로를 복제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시스템이며,
우리는 그 거대한 복제 게임 속에 존재하는
유전자의 일시적인 도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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