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보낸 가장 먼 메시지: 보이저 1·2호는 어떻게 지구와 교신할까?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와 2호는 인류가 만든 물체 중 가장 먼 거리를 여행하는 탐사선이다. 오늘도 수십억 km 떨어진 곳에서 지구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성간 공간의 환경을 전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먼 거리에서 어떻게 여전히 교신이 가능할까?

많은 사람들은 보이저가 더 이상 신호를 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정교한 통신 기술과 지구의 초대형 안테나 덕분에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보이저 1·2호의 통신 구조, 전파가 이동하는 방식, DSN의 역할, 그리고 장기 탐사를 가능하게 하는 과학 원리를 쉽게 설명하고자 한다.


보이저의 장거리 통신 원, DSN은 어떻게 보이저 신호를 듣는가?

요약

  1. 보이저는 마이크로파 전파를 사용해 지구와 교신한다.
  2. 지구의 Deep Space Network(DSN) 대형 안테나가 극약한 신호를 감지한다.
  3. 보이저는 고정된 고이득 안테나로 지구를 정확히 조준해야 한다.
  4. 성간 공간의 거리 때문에 신호 도착까지 20시간 이상 걸린다.
  5. RTG(핵전지)가 장기간 전력 공급을 담당한다.
  6. 이 기술들이 결합되어 보이저는 2025년 현재까지 교신을 이어가고 있다.

PART 1. 보이저 1·2호는 어디까지 갔고, 왜 교신이 중요한가

두 탐사선은 태양권 밖을 지나며 성간 환경을 측정하고 있다.

  • 보이저 1호: 약 240억 km, 초속 17 km
  • 보이저 2호: 약 200억 km, 초속 15 km
  • 둘 모두 태양풍의 영향이 거의 없는 깊은 우주에 위치

이 정도 거리라면 신호는 극도로 약해지고, 전파가 지구에 도달하는 데만 20시간 이상이 걸린다. 그럼에도 교신이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가 보이저 임무의 가장 놀라운 부분이다.

왜 이들의 위치가 중요한가?

보이저의 신호는 인류가 태양계 밖에서 받는 거의 유일한 직접 데이터다.

  • 성간 공간의 밀도 변화
  • 우주 방사선의 세기
  • 태양권 경계 구조
    이 모든 정보는 보이저가 아니면 얻기 어렵다.

즉, 보이저가 보내오는 미세한 신호는 ‘우주 바깥을 이해하는 창문’이다. 교신이 유지되는 한, 인류는 태양계를 넘어선 환경을 계속해서 들여다볼 수 있다.

교신 유지가 갖는 의미

  • 지구에서 가장 멀리 있는 인공물과의 지속적인 연결
  • 태양계 경계에 대한 유일한 실측 자료
  • “인류가 우주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가?”라는 상징적 질문에 대한 답

보이저의 위치는 단순한 좌표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우주로 뻗어 나간 거리, 그리고 그 너머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PART 2. 보이저의 전파 통신 구조: 약한 신호를 지구에 보내는 방법

보이저가 사용하는 통신 방식은 라디오파(마이크로파 대역)다. 기본 출력은 약 20W, 즉 전구 한 개 밝기 정도의 매우 낮은 전력이다. 전파 자체는 우주 공간에서 감쇠되지만, 지구 대기처럼 흡수하는 물질이 거의 없는 심우주에서는 굉장히 먼 거리까지 퍼져나갈 수 있다.

고이득 안테나(HGA)의 역할

보이저는 지름 약 3.7m의 고이득 안테나(High-Gain Antenna)를 통해 매우 좁은 빔 형태로 신호를 발사한다. 이 빔은 레이저처럼 특정 방향으로 집중되어야 하며, 지구가 그 안에 들어가야만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하다.

  • 안테나가 1도만 벗어나도 신호가 사라진다.
  • 우주선은 작은 추진기를 사용해 지속적으로 방향을 수정한다.

주파수 대역

  • S-band와 X-band 주파수 사용
  • 안정적인 주파수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보이저는 초정밀 발진기(ultra-stable oscillator)를 탑재한다.

전파의 이동 시간

보이저 1호에서 보낸 신호는 지구까지 약 20시간 이상 걸려 도착한다. 지구에서 명령을 보내도 보이저가 답장을 보내기까지 왕복 40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데이터 패킷 구조

보이저는 데이터를 작은 패킷 단위로 나누어 보내며, DSN은 이를 조립하면서 오류를 자동으로 수정한다. 이 과정은 인터넷의 데이터 전송 과정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극한의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이렇게 약하고 먼 신호를 보내는 능력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보이저의 생명줄에 해당한다. 전파가 닿지 않는 순간 탐사선은 완전히 고립되기 때문이다.


PART 3. DSN(Deep Space Network): 지구에서 보이저를 듣는 방법

모든 심우주 탐사의 핵심은 DSN(Deep Space Network)이다. DSN은 지구에 세 곳에 구축된 초대형 패러볼라 안테나 네트워크로, 보이저와 같은 먼 우주선의 미세한 신호를 잡아내는 역할을 한다.

DSN의 3개 기지

  • 미국 캘리포니아 주 골드스톤(Goldstone)
  • 스페인 마드리드(Madrid)
  • 호주 캔버라(Canberra)

이 기지들은 지구의 자전에 맞춰 서로 교대로 관측을 이어가며, 보이저가 어느 방향에 있든지 신호를 포착할 수 있게 만든다.

DSN 안테나의 특징

• 지름 최대 70m 대형 패러볼라
• 지상에서 가장 감도가 높은 수신 장치
• 보이저 신호는 지구에 도달하면 10^-20 W 수준
→ 이는 ‘새끼손가락 끝에 떨어지는 먼지의 운동 에너지보다도 적은 세기’와 비슷한 극도로 희약한 신호이다.

신호 증폭 과정

  1. DSN 안테나가 미세한 전파를 수신
  2. 초전도 증폭기를 통해 노이즈를 최소화
  3. 디지털 신호 처리부가 패킷을 분석
  4. 오류 수정 코드를 통해 데이터 복원

이러한 시스템 때문에 보이저의 신호가 얼마나 약해져도 데이터로 해석할 수 있도록 복구된다.

왜 지구가 이렇게 큰 안테나를 사용하는가?

보이저가 내보내는 전력은 너무 낮기 때문에, 작은 안테나로는 아예 감지조차 불가능하다. 수십억 km 떨어진 전구 하나의 빛을 찾아내는 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DSN은 단순한 통신 장비가 아니라, 인류가 심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우주의 귀(Ear of Earth)라고 볼 수 있다.


PART 4. 전력 공급과 장기 운용: 보이저가 48년째 작동하는 이유

보이저는 태양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을 사용할 수 없다. 대신 RTG(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를 사용하여 전력을 생산한다.

RTG의 구조

  • Pu-238이 붕괴하며 열을 발생
  • 열을 전기로 변환하여 장치를 구동
  • 매년 출력이 소량 감소함

보이저는 RTG 덕분에 수십 년 동안 기본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전력이 점점 줄어들면서 NASA는 다음 기준으로 장비를 순차적으로 꺼왔다.

  1. 과학 장비
  2. 보조 장치
  3. 열 관리 시스템
  4. 통신 장비 (가장 마지막까지 유지)

2025년 기준 보이저의 상태

  • 보이저 1호: 최근 데이터 포맷 오류가 해결되어 부분적으로 정상 데이터를 전송 중
  • 보이저 2호: 안정적 교신 유지
  • 두 탐사선 모두 2030년대 전후로 거의 모든 시스템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
  • 그럼에도 탐사선 자체는 성간 공간을 영원히 항해하게 됨

보이저는 단순한 탐사기를 넘어, 우주의 어둠 속을 영원히 떠도는 인류의 기록물이다.


마무리: 보이저가 남긴 유산은 무엇인가

보이저 1·2호는 단지 행성을 촬영하고 데이터를 보내는 역할을 넘어, 인류가 우주와 연결될 수 있음을 증명한 존재다. 이들이 성간 공간의 깊은 어둠 속에서도 지구와 교신할 수 있는 이유는 정교한 전파 기술, 초대형 지상 안테나, 안정적인 RTG 전력 공급, 정확한 안테나 조준 기술이 결합한 결과다.

보이저는 언젠가 더 이상 신호를 보내지 못하게 될 것이지만, 그 궤적은 계속 우주를 떠돌며 인류의 존재를 우주에 알릴 것이다. 보이저의 여정은 결국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답은 이 작은 탐사선들이 보내오는 미약한 신호 속에 여전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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